최인호 작가의 작품은 작가를 둘러싼 환경과 인물이 주를 이루며, 채도가 떨어지는 탁한 색감과 명도가 낮은 어두운 색상으로 인해 우울하고 쓸쓸하며 무거운 분위기를 드러낸다. 캔버스 위에 재와 아크릴 물감을 섞어 채색하는 작업 방식은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 하며, 캔버스 위에 거친 질감을 드러냄으로써 입체감과 동시에 깊이감을 더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늘 무표정한 얼굴로 캔버스 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마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듯, 또는 작품 바깥의 세상을 무심한 표정으로 관망하듯 작품 바깥의 세상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작품 바깥의 세상을 응시하며 세상과의 교류를 끊임없이 갈망하듯,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과 그 관계에 주목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국 작가 본인과 주변인, 더 나아가 권력과 부, 명예로부터 소외되거나 소유한 자, 지배하는 계층과 소외된 계층,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출발하며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둡고 우울해 보일 수도 있는 최인호 작가의 작품은 결국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작업이다.